스즈메의 문단속 줄거리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여느 날과 같이 학교에 등교 중이던 스즈메는 우연히 '소타'라는 남성과 마주친다. 아름답다는 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잘생긴 소타는 스즈메에게 이 근처에 폐허가 없냐고 물었다. 이에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 쪽으로 향하는 소타에게 관심이 생겨 뒤를 쫓게 된다. 그렇게 폐쇄된 리조트 중심부에서 뜬금없이 놓여있는 문 하나를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자, 그 안에는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신기함에 안으로 들어가려 해 봤지만 문을 통과하려 할 때마다 다른 세상은 사라져 버렸다. 그 옆에 박혀있는 이상한 돌이 문제라고 생각한 스즈메는 별 의심 없이 돌을 뽑았고, 돌은 순식간에 고양이로 변해서 사라진다. 소타를 만나지 못하고 학교로 돌아왔던 스즈메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하늘로 거대한 검은 구름이 솟구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기둥의 끝을 보니 자기가 갔던 폐허가 있는 곳이었다. 다시 그곳으로 간 스즈메는 소타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걸 보게 되고 스즈메도 소타를 돕게 된다. 사태가 마무리된 후 소타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봉인된 문을 자신이 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후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버리고, 일본 전역에 재난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
재난을 알리는 고양이, 다이진
스즈메의 이름을 부를 때 다소 섬뜩한 의문의 고양이인 다이진은 스즈메가 사랑해 주면 통통하고 귀엽지만 미워하면 순식간에 야위어 버린다. 마코토 감독이 고양이를 이용한 이유는 고양이가 자연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개와 달리 길들일 수가 없고 또 화가 나거나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주인도 물고 상처를 준다. 이와 같이 자연도 평상시 우리가 아끼고 지킨다면 우리에게 평온함과 생의 터전이 되어 주지만, 우리가 함부로 대한다면 많은 생명을 빼앗은 재난과 같은 무서움으로 뒤바뀐 다는 것이다.
왜 세발 의자 인가?
다이진의 저주로 인해 소타가 변하게 되는 캐릭터가 굉장히 신선했다. 이후 스토리에 그 의자가 스즈메에겐 소중한 것임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다리가 3개인 의자로 변한다는 것은 그동안 마법이나 저주에 걸린 다른 인물들과는 비교되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마코토 감독은 소타가 다리를 하나 잃은 스즈메의 유아의자 변신한 이유는 돋보여야 할 주인공 스즈메보다 꽃미남 소타에게 시선을 뺏길 우려가 있어 의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다리가 3개인 것은 지진해일로 쓸려나갔다가 다리를 하나 잃은 상태로 발견된 재난의 상징이고, 다리가 3개인 의자가 잘 때는 앞으로 고꾸라지는 귀여움과 달릴 때 더욱 역동적일 수 있어 일부러 다리가 3개인 의자로 만들었다고 한다.
거대한 붉은 구름 기둥, 미미즈
대형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보이는 검붉고 꿈틀거리는 구름은 징그럽다는 느낌을 준다. 이 기괴한 현상의 이름은 미미즈이다. 미미즈는 일본어로 지렁이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은 아주 옛날 땅 속에 거대한 메기나 지렁이나 용이 산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땅 속에 사는 지렁이가 꿈틀거리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믿었고 그것을 형상화한 게 미미즈이다. 일본의 거대한 재난 중 하나인 '지진'을 '미미즈'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묘사해 판타지스럽게 풀어냈다는 것 또한 관람 포인트이다.
실제 재난의 장소들, 재난의 문이 열리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뛰어난 작화와 렌즈플레어로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만든 데엔 실제 로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생동감 넘치는 배경 묘사가 한몫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속 재난의 문이 있는 곳은 모두 과거에 실제 대형 재난이 발생했던 곳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서 사라진 마을이라고 하는 중학교가 있던 폐허는 2018년 7월 일본 서부 폭우 재해 지역인 히로시마 에히메 지역으로 105명이 사망하고, 80명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또한 스즈메가 갔던 고배는 1995년 1월 17일 진도 7.2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여 6,300명이나 사망한 곳이다. 그리고 스즈메는 도쿄로 향하는데 도쿄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곳이다. 그리고 앞으로 대형 지진이 올 거라는 공포를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 후에 스즈메가 자신의 고향으로 향하는데 바로 태평양을 맞대고 있는 도호쿠 지역에 있는 후쿠시마 지역으로 동일본 대지진 후 해일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 지역이다.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15,895명 사망, 6,156명이 부상했고 실종자도 무려 2,539명이다. 스즈메와 이모가 세리자와의 낡은 오픈카를 타고 후쿠시마로 향하는 장면에 보이는 거대한 방파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해일을 막기 위해 도호쿠 지방에 설치된 방파제로 길이가 무려 400km 길이의 실존하는 방파제이다.
영화 속에 담긴 메시지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7년에 개봉한 <너의 이름은>, 2019년에 개봉한 <날씨의 아이>에 이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중 마지막 방점을 찍는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갑작스럽게 떨어진 혜성으로 표현하여 대형재난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로하는 작품이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을 환기시키고 동일본 대지진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2022년 11월 11일에 개봉하며 11이라는 숫자를 상기시켰고 대한민국은 2023년 3월 8일에 개봉하며 3월에 일어난 지진임을 나타내었다. 영화 포스터의 오른쪽 끝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습관처럼 집을 나설 때 하는 말이지만, 갑작스러운 재난을 만나게 되면 우리를 떠난 이들과의 마지막 대화이기도 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렇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남기고 떠난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과도 같은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이 재난으로 인해 하늘로 떠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이었다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과거의 재난으로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재난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함께 살아나가자고 손을 내미는 영화이다. 그러한 감동적인 메시지 덕분인지 국내 관람객이 무려 550만이었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대흥행을 기록했다. 결국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작년 5월에는 더빙판이 개봉했었는데, 2024년 새해를 맞아 이번에는 특별판 <스즈메의 문단속: 다녀왔어>로 극장가를 다시 찾았다.